페이지 정보
작성자 이** 작성일21-03-15관련링크
본문
안녕하세요. 변호사님.
저는 네이버블로그에서 연예인팬픽연재하고 있는 이애리라고합니다.
어제 아는작가로부터 표절시비가 휘말려서 이렇게 찾아와 상담글을 적습니다.
저는 표절할 의도가 없었지만 유사성이 짙어보여서 매우 난감한 상황입니다.
비교부탁드립니다ㅠ
숫자-1은 제 글이고 숫자-2는 다른 작가글입니다.
1-1.
리셉션으로 가 내 이름을 말해주니 직원분이 키를 주시면서 좋은 하루 보내라고 말씀해주셨다.
키를 주머니 안에 넣고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려고 할 때, 한 남자분과 부딪쳤다.
내가 일방적으로 부딪침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분은 괜찮냐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.
나는 괜찮다고 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보았을 때,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.
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내 캐리어를 자기에게로 끌어오며 말했다.
[캐리어가 너무 무거워보이길래요.]
1-2.
나는 엉겁결에 대답을 하고 객실 키를 챙겨들었다.
짐이 많으신 것 같은데, 같이 옮겨드릴까요?
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의 손사레에도 아랑곳 않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. 그는 빙긋 웃으며 내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.
2-1.
둘만이 아는 아지트.
둘이 좋아하는 음악.
흐르는 음악 속에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하며 리듬을 타는 두 사람.
빌이라는 행성과 여주라는 행성이 합쳐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.
2-2.
나의 정원은 비로소 에덴이 되었다.
나의 소녀는 비로소 조각에서 전부가 되었다.
어느 화창한 봄. 피자가게와는 500미터 정도 떨어져있고 꽃나무 아래면 개똥이 굴러다니는 그 공원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지구가 되고, 은하가 되고, 우주가 되었다.
3-1.
무기력함이 내 몸을 다시 잠식하는 것은 굉장히 빨랐다. 회사를 나오고 여러 회사에 지원을 넣었지만 연이어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.
그 작가의 말로 위로를 받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나는 또 심연 속으로 들어가게 생겼다. 내가 찾아야하는 불꽃은 대체 무엇일까.
짧으면 짧고, 길면 긴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나는 대체 뭘 해야 안정을 찾고 나 답게 살아나갈 수 있는 걸까.
“아 모르겠다.”
침대에 벌러덩 누워 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. 두 손을 배꼽 위로 올리고 눈만 깜빡.
잉여가 따로 없구나. 이재인 왜 사냐, 정말.
“이재인”
방 문이 노크도 없이 벌컥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.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의 표정이 안 좋게 변했다.
엄마는 나의 무기력한 모습, 아무 일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제일 끔찍이 싫어한다. 언제나 도돌이표 인생을 살아가는 내가 싫은 거겠지.
그리고 곧 입을 열 엄마의 말이 예상이 갔다.
너 그렇게 누워있을 거면 나가. 그딴 식으로 살래? 이 둘 중에 하나겠지.
“너 그렇게 누워있을 거면 나가.”
전자였다.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내 비수를 꽂는 말을 하는 엄마가 미웠다.
하도 상처주는 말을 들어서 가슴이 아프지는 않지만 이렇게 무뎌져가는 내 자신이 낯설었다.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엄마에게 말했다.
“엄마. 나 일하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누어있는 거 자는 시간 밖에 없었어. 근데 이렇게 누워있는 게 내 잘못이야? 나한테 왜 그래? 나한테 상처주는 말 하지 말라고 했지?”
나를 보는 엄마의 눈빛을 피하며 말하자 엄마는 한숨을 푹 쉬었다.
그런 엄마를 보면서 말했다.
“나는. 이런 내가 싫어, 미워. 그런데 엄마마저 나한테 이러면 정말 힘들어. 나 좀 가만히 둬.”
자존감이 높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나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엄마는 내 말에 놀라 얼굴을 굳혔다. 이런 말을 엄마한테 하는 게 처음이다.
나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말. 거짓이 아니니까.
“재인아.”
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.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상태로 엄마에게 말했다.
“엄마. 그냥 나 안아주면 안돼? 나 좀 위로해줘.”
3-2.
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. 여주라는 조각 말고는 다른 것으로 막을 수 없는 공허가 온몸을 휘감았다. 그날 저녁 이후로 일주일을 내리 누워있었다. 낮과 밤과 시와 분을 세세히 셀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은 또렷했다. 그러나 무기력했다. 전신에 동력을 주던 톱니바퀴가 와르르 다 빠져버린 것 같았다.
“왜.”
누나였다. 여전히 노크하지 않는 버릇은 고치지 않았다.
“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안 돼. 벌써 며칠 째야?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.”
“여섯 시간 뒷면 정확히 7일째야.”
“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?”
누나가 걸어와 내 등 뒤, 침대 머리맡에 걸터 앉았다.
“솔직히 이 정도 일줄은 몰랐어.”
“나도 장난할 기분 아니었어.”
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만 아프다. 뒤늦게 약을 줘봤자 이미 병이 난 후다. 누나는 나의 날선 반응에 언짢다는 듯 헛기침을 큼큼 했다. 원래 가족거리가 사과에 더 인색한 법이지.
“이렇게 끙끙 앓지만 말고 전화라도 해봐.”
“이미 다 끝났어.”
“그게 힘들면 문자라도.”
“그럼 처음부터 곱게 말하지 그랬어? 정말 변태 취급할 땐 언제고 갑자기 응원이야? 이제 내가 좀 진지해보여?”
4-1.
사람의 인생이 바닥까지 처박히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. 당연하게 여기며 살던 집이 온통 빨간 딱지로 도배가 되었고, 빚이 엄청나게 불게 되자 아버지는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,
어머니는 여주가 보는 앞에서 목을 매달아 죽어버렸다. 부모라는 고귀한 자격을 버린 인간들이 빚을 져놓고서 그 책임을 오로지 여주에게 떠넘겨버렸다.
한 명은 도망침으로, 한 명은 죽음으로.
부모라는게 책임감 일도 없었다.
여주는 부모라는 인간들을 믿었다. 그러나 검은 정장 입고있는 남자들에게 두 손을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끌려온 순간 그 믿음은 유리가 깨지듯 박살나버렸다.
두 손은 여주의 가슴께 앞으로 묶여져있고, 두 다리는 옆으로.
재욱은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부하들에게 등을 돌리며 말했다.
“차 대기 시켜. 집으로 간다. 얘 데리고.”
4-2.
지난 반나절에서 하루 가량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잘게 부서져 돌아다니고 있었다. 그도 그럴 것이 그 적지않은 시간 동안 눈은 가려진 채로, 입은 틀어막힌 채로,
사지는 움직일 수 없게 묶여져 모든 상황에 대한 정보를 청각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.
어느날 부턴가 집은 작아지고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다. 급기야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빨간압류 딱지가 온 집안에 붙더니 고작 어떤 가방 두 개에 세 식구 짐을 꾸려
비행기를 타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곳으로 내몰린 것이다.
남자는 두어 걸음 걸어가다 그녀의 부모님을 가차없이 총으로 쏘았다. 부모님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도 일제히 총을 들어 두 사람을 향해 난사했다.
그녀는 그 끔찍한 광경을 견디다 못해 토악질을 하며 의식을 잃었다.
5-1.
눈을 뜬 여주는 어깨가 저려왔고 곧 두 팔이 머리 위에 올라가 손목이 타이에 묶여져있는 것을 알게되었다.
재욱의 목소리를 듣자 메스꺼워 토를 하고싶었다.
5-2.
정신이 아득해졌다. 근사한 살림에 둘러싸인 아늑한 별장, 고풍스러운 고가의 가구들과 군데군데 설치된 최신식 가전들, 겉보기엔 꽤 괜찮은 여름휴가였다. 겉에서 보기에는.
보름을 넘기자 손목이 묶였다.
보름이나 감금한 주제에 일말의 가책도 없이 물어온다.
여주는 또 다시 과육을 베어 문 그의 입을 보며 울부짖었다. “꺼지라고!!” 그 고함에 눈물이 볼을 타다 후두둑 얼굴 밖으로 떨어졌다. 힘껏 소리를 지른 탓일까. 순간 속이 메스꺼워졌다.
그러나 참을 새도 없이 속을 게우고 말았다.
6-1.
그녀의 눈이 부드럽게 초승달처럼 휘어졌고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사며 뺨에 입술을 맞췄다.
파르르 떨리는 빌의 속눈썹이 마치 나비짓같아보였고 그녀의 가학심이 점점 커져갔다.
오늘은 어떻게 괴롭혀줄까나.
6-2.
그는 그의 사디즘의 방향을 틀어버린 그녀에게 온갖 욕을 품었다. 마녀, 괴물, 악마.
초승달처럼 휘어진 눈도 잔혹한 짐승의 송곳니처럼 보였다.
오늘은 어떻게 혼을 내줄까.
7-1.
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인사를 건네는 빌을 보며 여주는 몸을 멈칫했다. 그의 눈빛은 여주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차가운 눈빛이었다.
뚜벅뚜벅, 다가오는 빌과 뒷걸음치는 여주. 빌은 빠르게 여주의 손목을 잡아 품으로 끌어안았다.
“보고싶었어.”
코끝으로 빌의 머스크 향이 훅 들어왔고, 그리운 살냄새도 맡게되자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게 되었다. 매몰차게 빌을 떠난 이후로 빌이 그립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,
여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으니까, 빌이 하늘 같은 사람이었으면, 여주는 땅 같은 사람이었으니까.
7-2.
나는 빌과 자주 가던 호텔 1302호 앞에 섰다. 그가 카드키를 대자 문이 열리고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.
그는 객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내 뒤에서 안아오며 속삭였다.
“…보고싶었어.”
그의 말에 킬리언 앞에서 없었던 심장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. 그리고 무너졌다.
눈물이 참을새도없이 흘렀다.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자 그는 당황해 내 앞으로 와 울고있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.
8-1.
“벗어.”
마치 늑대가 하울링하듯이 빌의 목소리에서 짐승과 가까운 소리가 섞여나왔다.
8-2.
빌은 다짜고짜 허공에 대고 하울링을 했다. 같은 늑대 수인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언어로 울부짖었다.
저는 네이버블로그에서 연예인팬픽연재하고 있는 이애리라고합니다.
어제 아는작가로부터 표절시비가 휘말려서 이렇게 찾아와 상담글을 적습니다.
저는 표절할 의도가 없었지만 유사성이 짙어보여서 매우 난감한 상황입니다.
비교부탁드립니다ㅠ
숫자-1은 제 글이고 숫자-2는 다른 작가글입니다.
1-1.
리셉션으로 가 내 이름을 말해주니 직원분이 키를 주시면서 좋은 하루 보내라고 말씀해주셨다.
키를 주머니 안에 넣고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려고 할 때, 한 남자분과 부딪쳤다.
내가 일방적으로 부딪침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분은 괜찮냐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.
나는 괜찮다고 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보았을 때,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.
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내 캐리어를 자기에게로 끌어오며 말했다.
[캐리어가 너무 무거워보이길래요.]
1-2.
나는 엉겁결에 대답을 하고 객실 키를 챙겨들었다.
짐이 많으신 것 같은데, 같이 옮겨드릴까요?
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의 손사레에도 아랑곳 않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. 그는 빙긋 웃으며 내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.
2-1.
둘만이 아는 아지트.
둘이 좋아하는 음악.
흐르는 음악 속에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하며 리듬을 타는 두 사람.
빌이라는 행성과 여주라는 행성이 합쳐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.
2-2.
나의 정원은 비로소 에덴이 되었다.
나의 소녀는 비로소 조각에서 전부가 되었다.
어느 화창한 봄. 피자가게와는 500미터 정도 떨어져있고 꽃나무 아래면 개똥이 굴러다니는 그 공원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지구가 되고, 은하가 되고, 우주가 되었다.
3-1.
무기력함이 내 몸을 다시 잠식하는 것은 굉장히 빨랐다. 회사를 나오고 여러 회사에 지원을 넣었지만 연이어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.
그 작가의 말로 위로를 받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나는 또 심연 속으로 들어가게 생겼다. 내가 찾아야하는 불꽃은 대체 무엇일까.
짧으면 짧고, 길면 긴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나는 대체 뭘 해야 안정을 찾고 나 답게 살아나갈 수 있는 걸까.
“아 모르겠다.”
침대에 벌러덩 누워 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. 두 손을 배꼽 위로 올리고 눈만 깜빡.
잉여가 따로 없구나. 이재인 왜 사냐, 정말.
“이재인”
방 문이 노크도 없이 벌컥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.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의 표정이 안 좋게 변했다.
엄마는 나의 무기력한 모습, 아무 일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제일 끔찍이 싫어한다. 언제나 도돌이표 인생을 살아가는 내가 싫은 거겠지.
그리고 곧 입을 열 엄마의 말이 예상이 갔다.
너 그렇게 누워있을 거면 나가. 그딴 식으로 살래? 이 둘 중에 하나겠지.
“너 그렇게 누워있을 거면 나가.”
전자였다.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내 비수를 꽂는 말을 하는 엄마가 미웠다.
하도 상처주는 말을 들어서 가슴이 아프지는 않지만 이렇게 무뎌져가는 내 자신이 낯설었다.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엄마에게 말했다.
“엄마. 나 일하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누어있는 거 자는 시간 밖에 없었어. 근데 이렇게 누워있는 게 내 잘못이야? 나한테 왜 그래? 나한테 상처주는 말 하지 말라고 했지?”
나를 보는 엄마의 눈빛을 피하며 말하자 엄마는 한숨을 푹 쉬었다.
그런 엄마를 보면서 말했다.
“나는. 이런 내가 싫어, 미워. 그런데 엄마마저 나한테 이러면 정말 힘들어. 나 좀 가만히 둬.”
자존감이 높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나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엄마는 내 말에 놀라 얼굴을 굳혔다. 이런 말을 엄마한테 하는 게 처음이다.
나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말. 거짓이 아니니까.
“재인아.”
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.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상태로 엄마에게 말했다.
“엄마. 그냥 나 안아주면 안돼? 나 좀 위로해줘.”
3-2.
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. 여주라는 조각 말고는 다른 것으로 막을 수 없는 공허가 온몸을 휘감았다. 그날 저녁 이후로 일주일을 내리 누워있었다. 낮과 밤과 시와 분을 세세히 셀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은 또렷했다. 그러나 무기력했다. 전신에 동력을 주던 톱니바퀴가 와르르 다 빠져버린 것 같았다.
“왜.”
누나였다. 여전히 노크하지 않는 버릇은 고치지 않았다.
“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안 돼. 벌써 며칠 째야?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.”
“여섯 시간 뒷면 정확히 7일째야.”
“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?”
누나가 걸어와 내 등 뒤, 침대 머리맡에 걸터 앉았다.
“솔직히 이 정도 일줄은 몰랐어.”
“나도 장난할 기분 아니었어.”
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만 아프다. 뒤늦게 약을 줘봤자 이미 병이 난 후다. 누나는 나의 날선 반응에 언짢다는 듯 헛기침을 큼큼 했다. 원래 가족거리가 사과에 더 인색한 법이지.
“이렇게 끙끙 앓지만 말고 전화라도 해봐.”
“이미 다 끝났어.”
“그게 힘들면 문자라도.”
“그럼 처음부터 곱게 말하지 그랬어? 정말 변태 취급할 땐 언제고 갑자기 응원이야? 이제 내가 좀 진지해보여?”
4-1.
사람의 인생이 바닥까지 처박히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. 당연하게 여기며 살던 집이 온통 빨간 딱지로 도배가 되었고, 빚이 엄청나게 불게 되자 아버지는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,
어머니는 여주가 보는 앞에서 목을 매달아 죽어버렸다. 부모라는 고귀한 자격을 버린 인간들이 빚을 져놓고서 그 책임을 오로지 여주에게 떠넘겨버렸다.
한 명은 도망침으로, 한 명은 죽음으로.
부모라는게 책임감 일도 없었다.
여주는 부모라는 인간들을 믿었다. 그러나 검은 정장 입고있는 남자들에게 두 손을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끌려온 순간 그 믿음은 유리가 깨지듯 박살나버렸다.
두 손은 여주의 가슴께 앞으로 묶여져있고, 두 다리는 옆으로.
재욱은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부하들에게 등을 돌리며 말했다.
“차 대기 시켜. 집으로 간다. 얘 데리고.”
4-2.
지난 반나절에서 하루 가량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잘게 부서져 돌아다니고 있었다. 그도 그럴 것이 그 적지않은 시간 동안 눈은 가려진 채로, 입은 틀어막힌 채로,
사지는 움직일 수 없게 묶여져 모든 상황에 대한 정보를 청각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.
어느날 부턴가 집은 작아지고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다. 급기야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빨간압류 딱지가 온 집안에 붙더니 고작 어떤 가방 두 개에 세 식구 짐을 꾸려
비행기를 타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곳으로 내몰린 것이다.
남자는 두어 걸음 걸어가다 그녀의 부모님을 가차없이 총으로 쏘았다. 부모님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도 일제히 총을 들어 두 사람을 향해 난사했다.
그녀는 그 끔찍한 광경을 견디다 못해 토악질을 하며 의식을 잃었다.
5-1.
눈을 뜬 여주는 어깨가 저려왔고 곧 두 팔이 머리 위에 올라가 손목이 타이에 묶여져있는 것을 알게되었다.
재욱의 목소리를 듣자 메스꺼워 토를 하고싶었다.
5-2.
정신이 아득해졌다. 근사한 살림에 둘러싸인 아늑한 별장, 고풍스러운 고가의 가구들과 군데군데 설치된 최신식 가전들, 겉보기엔 꽤 괜찮은 여름휴가였다. 겉에서 보기에는.
보름을 넘기자 손목이 묶였다.
보름이나 감금한 주제에 일말의 가책도 없이 물어온다.
여주는 또 다시 과육을 베어 문 그의 입을 보며 울부짖었다. “꺼지라고!!” 그 고함에 눈물이 볼을 타다 후두둑 얼굴 밖으로 떨어졌다. 힘껏 소리를 지른 탓일까. 순간 속이 메스꺼워졌다.
그러나 참을 새도 없이 속을 게우고 말았다.
6-1.
그녀의 눈이 부드럽게 초승달처럼 휘어졌고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사며 뺨에 입술을 맞췄다.
파르르 떨리는 빌의 속눈썹이 마치 나비짓같아보였고 그녀의 가학심이 점점 커져갔다.
오늘은 어떻게 괴롭혀줄까나.
6-2.
그는 그의 사디즘의 방향을 틀어버린 그녀에게 온갖 욕을 품었다. 마녀, 괴물, 악마.
초승달처럼 휘어진 눈도 잔혹한 짐승의 송곳니처럼 보였다.
오늘은 어떻게 혼을 내줄까.
7-1.
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인사를 건네는 빌을 보며 여주는 몸을 멈칫했다. 그의 눈빛은 여주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차가운 눈빛이었다.
뚜벅뚜벅, 다가오는 빌과 뒷걸음치는 여주. 빌은 빠르게 여주의 손목을 잡아 품으로 끌어안았다.
“보고싶었어.”
코끝으로 빌의 머스크 향이 훅 들어왔고, 그리운 살냄새도 맡게되자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게 되었다. 매몰차게 빌을 떠난 이후로 빌이 그립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,
여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으니까, 빌이 하늘 같은 사람이었으면, 여주는 땅 같은 사람이었으니까.
7-2.
나는 빌과 자주 가던 호텔 1302호 앞에 섰다. 그가 카드키를 대자 문이 열리고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.
그는 객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내 뒤에서 안아오며 속삭였다.
“…보고싶었어.”
그의 말에 킬리언 앞에서 없었던 심장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. 그리고 무너졌다.
눈물이 참을새도없이 흘렀다.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자 그는 당황해 내 앞으로 와 울고있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.
8-1.
“벗어.”
마치 늑대가 하울링하듯이 빌의 목소리에서 짐승과 가까운 소리가 섞여나왔다.
8-2.
빌은 다짜고짜 허공에 대고 하울링을 했다. 같은 늑대 수인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언어로 울부짖었다.
comment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